중국 반도체의 위기, 넥스페리아 분쟁이 초래한 공급망 혼란

• 네덜란드 법원 결정으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위협.
• 공급망 붕괴와 혼다 생산 중단 같은 실질적 타격으로 이어져.

2025년 12월 22일, 블룸버그와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중국 윙텍(Wingtech)과 자회사 넥스페리아(Nexperia) 간의 경영권 분쟁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산업 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흔들며 자동차 산업 타격과 지정학적 긴장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네덜란드 법원이 윙텍 창업자 장쉐정을 넥스페리아 최고경영자(CEO) 직위에서 해임하고 법원이 임명한 신탁 관리인에게 경영권을 넘기면서 불거졌다. 장쉐정은 윙텍의 설립자로서 회사의 글로벌 반도체 사업을 크게 확장해 온 인물이다. 이 판결은 넥스페리아 네덜란드 본사와 중국 모회사 간의 운영 분리를 본격화시키며 긴밀한 생산 협력 체계에 큰 균열을 초래했다.

넥스페리아 네덜란드 측은 중국으로의 핵심 소재인 웨이퍼 공급을 즉각 중단했고, 이에 대응하여 윙텍은 현지 대체 공급망을 구축하며 독립적 운영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강제적 운영 분리로 인해, 주요 고객사 혼다를 포함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혼다는 일본 및 중국의 공장 운영을 연말연시 기간에 중단하기로 결정하며, 해당 분쟁이 차량용 반도체 시장과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취약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경영권 분쟁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네덜란드 법원은 자국 내 기술 보호와 경제 안보를 명분으로 윙텍의 경영권을 박탈하며 중국 자본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윙텍은 이 결정이 양국 간 투자 보장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국제 중재 절차를 통해 최대 80억 달러 규모의 보상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각국 정부가 사법적 방식으로 첨단 기술 기업의 경영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선례를 제공하며, 글로벌 경제에 긴장을 더하고 있다.

탈중국화 현상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넥스페리아가 말레이시아로 후공정 생산 시설을 확장하며 중국과의 분리 운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고객사들은 공급망 의존성을 줄이고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의 기존 구조를 재편할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윙텍과 넥스페리아 간의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기업 내부 갈등의 범위를 넘어, 반도체 공급망 붕괴, 자동차 산업 타격, 기술 기업 경영권 논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글로벌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